CLM 사업부, 우리가 새로 쓰는 계약의 기준
CLM 사업팀 / Damian
지난 10년간 모두싸인은 전자서명 서비스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바꿔왔습니다.
하지만 전자서명이 보편화되면서 기업들은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수백, 수천 건의 계약서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념이 ‘CLM(Contract Lifecycle Management)’입니다. 계약의 작성, 검토, 체결, 보관, 관리까지 계약의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모두싸인은 전자서명을 넘어 계약 관리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CLM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CLM 신사업 세일즈를 맡고 있는 다미안을 만나,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CLM 시장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 CLM 신사업은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나요?
모두싸인이 지난 10년간 전자서명 시장을 만들어오면서, 고객들의 질문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전자서명 법적으로 유효한가요?"에서 "계약서 수천 건, 어떻게 관리하죠?"로요.
전자서명이 보편화되면서 고객의 니즈는 체결을 넘어 작성, 검토, 관리 같은 계약 생애주기 전체로 이동했는데, 시장에는 아직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제품이 없었습니다. 전자서명 1위 포지션, 33만 고객사, 10년치 계약 데이터 — 이 자산을 갖고 CLM으로 확장하는 게 모두싸인의 다음 전략이었고, 저도 그 판단에 깊게 동의해서 이 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2. 이 사업이 회사에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인가요?
전자서명은 계약 프로세스의 한 지점입니다. CLM은 계약의 전체 과정을 다룹니다. 시장 크기도, 제품의 성격도,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도 달라요.
지금 모두싸인 고객 대부분이 전체 계약의 10~30%만 전자서명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CLM이 붙으면 10년 전에 체결한 종이 계약서까지 한 시스템 안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단순한 매출 성장 이야기가 아니에요. 모두싸인이 정말 '계약의 표준'이 된다는 목표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업이 앞으로의 10년을 견인할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3. 0에서 1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최근 업무 방식에서 새롭게 시도해본 것이 있다면요?
세일즈 업무에서 AI를 안 쓰는 날이 없어요. 아웃바운드 캠페인 메시지도 초안은 AI가 잡고, 제가 고객 맥락에 맞게 다듬는 흐름이고요. 제안서나 세일즈 덱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고객 정보를 찾고 맞춤형 자료를 만드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면, 이제는 공개된 정보는 AI로 빠르게 정리하고, 사람은 AI가 닿지 못하는 디테일에만 집중하는 구조가 됐어요. 덕분에 양질의 결과물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됐고, 고객의 속사정과 실제 현장 맥락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CRM 정리나 배치 작업도 AI로 자동화하는 걸 시도하고 있고요. 정해진 방식이 없는 신사업이라, 오히려 AI와 일하는 방식 자체를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회사 차원에서도 이런 실험을 장려하는 분위기라 더 빠르게 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4. 신사업 세일즈 전략과 관련하여서 팀 내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가장 큰 논쟁은 무엇이었나요?
"습관을 만드는 게 먼저냐, 도입을 결정하는 게 먼저냐" — 이게 가장 치열했던 논쟁이었어요.
클로즈 베타 시점엔 목표가 단순했어요. 고객이 제품을 최대한 많이 써보게 하는 것. 계약 관리 워크플로우 자체가 없는 기업도 많기 때문에, 우선 계약서를 많이 등록하게 해서 "귀사의 계약서에서 이렇게 유용한 데이터를 뽑을 수 있습니다"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정식 출시로 넘어오면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어요. 제품이 새로운 카테고리다 보니 고객 스스로 습관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습관 형성에 집중하자"는 의견과 "이제는 도입을 먼저 확정짓고 온보딩을 체계적으로 붙이자"는 의견이 부딪혔어요. 어떤 지표를 봐야 하는지도 팀 전체가 함께 헤매는 시기였습니다.
양쪽 다 일리가 있지만, 언제까지나 논쟁만 할 수는 없잖아요. 방향이 정해지면 한 방향으로 달리는 것 — 논쟁은 결정 전까지만 하는 게 이 팀의 문화입니다.

5. 빠르게 실행하고 다음 시도를 개선했던 경험은?
세일즈, 특히 초기 시장에서 "정답인 채널"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실패해도 빨리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초기엔 콜드 이메일부터 치고 나갔는데, 산업에 따라 반응이 확연히 갈렸어요. 제조업 쪽은 이메일보다 전화로 바로 치고 들어가는 게 효과적이었고, IT나 서비스업 쪽은 콜드콜이 오히려 역효과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건 처음부터 알 수 없는 것들이에요. 일단 해보고, 반응 보고, 빠르게 고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전략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보다, 틀린 걸 빨리 아는 게 더 중요합니다.
6. 신사업이라 한계가 많을 텐데, 그 한계를 넘어섰다고 느낀 경험이 있다면요?
계약 관리라는 워크플로우 자체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합니다. CLM 개념은 말할 것도 없고요. 고객사 피치에서 "그냥 계약서 잘 갖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반응을 꽤 들었어요. 처음엔 이게 가장 큰 벽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걸 기회로 봤습니다. 카테고리가 새로우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으니까요.
고객이 CLM을 몰라도, 그 고객의 페인 포인트는 분명히 있습니다. "계약 갱신 기한 놓쳐서 큰일 날 뻔했다", "담당자 퇴사하면 계약서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 이건 고객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들이라 이야기가 금방 통하거든요. 사업 개념을 설명하려면 서론이 너무 길어지니, 문제를 먼저 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벽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7. 1년 후 모두싸인 CLM을 도입한 고객의 업무 방식과 환경은 어떻게 달라져있을 것 같나요?
지금도 많은 기업에서 계약 담당자가 엑셀로 계약 현황을 관리하고 있어요. 갱신일도 엑셀, 상대방 정보도 엑셀. 1년 후엔 그 엑셀이 없어져 있어야 합니다.
엑셀의 사용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계약 관리에 특화된 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를 올리면 AI가 자동으로 읽고, 중요한 기한이 다가오면 알려주고, 필요한 조항을 바로 검색할 수 있는 환경. 계약서가 잠자는 문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운영 자산, 나아가 다음 의사결정을 위한 지식 자산이 되는 것. 그게 저희 팀에서 만들어가고자 하는 변화입니다.
8. CLM 세일즈,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가고 싶으세요?
냉정하게 보면 지금은 세일즈가 제품보다 먼저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고객이 CLM을 찾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필요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렇다고 숫자만 쫓는 세일즈는 하고 싶지 않아요. 고객이 진짜 문제를 해결했다고 느끼는 사례를 만들고, 그 사례가 다음 고객을 불러오는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아직 많은 게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게 오히려 매력이에요. 지금 이 팀에서 만들어가는 방식이 모두싸인 CLM 세일즈의 표준이 되고, 하나의 플레이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입니다.
9. 0→1을 만들어보고 싶은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답답하고 힘들 때가 있어요. '이런 것도 내가 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고요. 근데 뒤집어 생각하면, 모든 결정에 내 판단이 들어가고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내 손에서 나온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방향을 잡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답을 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보다, 답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답을 만들어보는 사람이 잘 맞을 것 같아요. AI를 실제 업무에 도입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지금 이 팀이 그걸 실험하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전자서명이 계약 체결의 방식을 바꿨다면, CLM은 계약의 작성부터 관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입니다.
Damian의 이야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시장이 태동기라는 사실을 장벽이 아닌 기회로 바라보는 시선이었습니다.
계약서가 잠자는 문서가 아닌 기업의 운영 자산이 되는 환경, 모두싸인 CLM이 만들어가는 변화입니다.